[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11)] 북한-중국 무역 재개의 의미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4.04.24 00:30 ㅣ 수정 : 2024.04.24 00:30

[기사요약]
북한과 중국 무역,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97%에 달해..
북한기업들, 중국측 파트너 다시 확보하기 위해 여념 없어..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화물차의 운행 재개, 북-중 간 최고위급 교류도 이어질 전망
양국 간 무역 정상화되면 북한경제 어느 정도 숨통 트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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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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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traits times, REUTERS]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북한은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 통계를 이용해서 북한경제 상황을 판단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무역통계는 파악할 수 있지만, 역추적해야 한다.

 


•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 무역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서는 1990년대 경부터 북한 무역을 역추적해 왔고, 국제사회는 이 통계를 이용한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의 무역통계만 보더라도 대강의 윤곽을 알 수 있다. 북한 무역의 대중국 의존도가 95% 이상 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기 이전에는 구소련, 중국, 일본 등과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었는데, 1990년대 이후 대중국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더니 2010년 한국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남북경제교류를 전면 중단한 이후 대중국 의존도는 가파르게 높아졌다.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기 이전인 2019년에 95.7%였는데, 국경을 개방하기 시작한 2023년에는 97.3%였다. 대부분의 무역이 중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중국 국경이 개방됨에 따라 북-중 무역이 재개되고 북한경제는 조금씩 숨통을 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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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차를 통관시키는 중국 단둥 세관 [출처=서울평양뉴스]

 


• 장마당에 등장하기 시작한 중국 물건

 

북-중 접경지역에 화물차의 운행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국제열차 화물칸에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로 가득하다.

 

북한 내부에서는 이제 중국에서 물건이 들어오고 있어서 조금 살 만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요 도시의 장마당에는 중국산 물건들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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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dprk360]

 

중국기업들과 연계하기 위해 신의주로 나와서 중국과 통화를 시도하는 북한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기업들을 북한으로 초청해서 새로운 거래를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아직은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보따리 무역은 여전히 답보상태이며, 중국의 대기업들은 북한과의 거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소규모의 중국기업들은 북한과의 거래가 재개되는데 기대를 보인다.

 

수치상으로 보면 쌀 1천톤 이상을 움직일 수 있는 기업들은 관심이 없지만, 100톤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기업들은 관심을 보인다. 최근 쌀 100톤 정도를 후불(쌀을 먼저 공급하고 북한 내에서 판매된 이후 대금을 받는 방식) 방식으로 북한에 들여보낸 중국기업도 있다고 한다.

 

식량뿐만 아니라 각종 생필품 역시 이 정도 규모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후불 방식이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면서 북한시장에 다시 접근하려는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북한은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중소규모 중국기업들이 북한 내에서 직접 운영하던 유통업체의 운영권을 다시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그래도 3~4개 정도의 점포를 운영하며 무역거래를 해오고 있었는데 국경봉쇄 이후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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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다리 야경 [출처=asia nikkei]

 

중소규모의 중국기업들이 대북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북한의 국가 간 무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받기 위함이다. 북한과의 무역은 북한으로부터 허가받은 기업 이외에는 국가무역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의 국가무역은 이미 예산이 확보된 거래가 대부분이며, 환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중국기업들은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일종의 혜택이라고 여긴다.

 

국경봉쇄 이후 북-중 국가 간 무역이 3년여 동안 거의 없었고, 여기에 참여했던 기존 중국기업들은 북한과의 무역거래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 중국의 중소규모 기업들이 국가 간 무역에 신규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듯하다.

 


• 고위급 교류도 재개

 

지난 4월 11일~13일 코로나 이후 중국 최고위층이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 권력서열 3위인 자오러지(Zhao Leji) 중국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의 방북은 중국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완화해 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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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평양에서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회 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출처=stripes]

 

중국기업들은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고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대한 관심이 약화하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국경 개방 이후에도 무역거래를 재개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중국 최고위급이 북한을 방문하고,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고 있다. 북-중 관계가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에 대비해서 대규모 무역 역시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북-중 무역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석탄무역 및 인력송출 재개가 필요하다. 중국은 아직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석탄무역을 금지하고 있으며,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신규 취업비자 발급은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 대규모 거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은 석탄이다. 중국은 최대 석탄 수입국이다.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크다. 일부 비공식적인 소규모 석탄거래는 진행되고 있지만 대규모 거래는 아직 없다. 최근 대북경제제재에 대한 러시아나 중국의 태도를 보게 되면 석탄거래도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력수출 역시 중국 내부에서 수요는 분명하다. 중국기업들은 북한 인력을 선호한다. 가성비가 크기 때문이다. 낮은 인건비에 비해 노동강도는 중국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접경지역에서는 조용히 북한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인력과 석탄을 수출하고 싶어 하고 중국은 이를 필요로 한다. 북-중 간 정치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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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러지 위원장을 배웅하는 김정은 위원장 [출처=연합뉴스]

 

자오러지 위원장의 방북 이후 북한의 고위층 방중도 이어질 듯하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2019년 6월 북한을 방문했으므로 이번에는 아마도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석탄과 인력수출 문제도 아울러 돌파구를 찾지 않을까 싶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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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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